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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

나를 처음으로 밤새게 한 영어책 (feat. 읽기 쉬운 영어책 추천)

by 의지의 두부씨 2020. 6. 11.

그렇다. 나는 프로시작러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작(만)하는 걸 무지 좋아한다. 그렇게 이 블로그도 개설되었다. 잔뜩 들뜬 마음으로 블로그를 만들어는 놨는데,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바빠지기도 했고 어떤 글로 시작해야 할까 고민에 고민만 거듭하는 몇 주를 보냈다. 이러다간 이거 첫 글도 못 써보고 잊혀지겠다는 위기의식이 들어 일단 제일 공유하고 싶었던 이야기로 첫 글을 시작해본다.

 

오늘은 영어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부끄럽지만 영문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영어책 읽는 것을 즐기는 편은 아니었다. 영어가 좋아 영문과에 갔지만(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여기서부터가 잘못된 선택이었다 허허),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에서 보내며 한국식 영어 교육에 특화되었던 나로서는 영문학을 공부하기 위해 읽어야 했던 수많은 영어책들이 참으로 고역이었다. 억지로 영어 전공책들을 꾸역꾸역 읽어야 했기 때문에 웬만하면 그 외의 시간에는 영어책을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영문학이 내게 남긴 건 영어책에 대한 쓰라린 마음과 아픈 상처 뿐...

 

대학 졸업 후에는 영어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지금의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기 전에도, 직장에서 영어를 자주 사용해야하는 일을 했었고 진짜 영어 실력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많았기 때문이다. 비록 영문학은 아픈 기억이었지만, 여전히 나는 영어를 좋아했고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나를 강제로 공부하게 만들었던 시험도 없고 자연스럽게 영어에 노출될 수 있는 환경도 아닌 지금의 이 상황에서 어떻게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좀 더 지속가능하고 즐거운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을까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고민에 대한 답이 바로 영어책 읽기였다. 

 

나는 뭔가 고민이 생기면 책을 찾아 보는 편인데, 오성호님의 <10년 내내 초보인 당신을 위한 오성호 영어책>에서 큰 도움을 받았다. 영어 실력을 높이고 싶다면 영어에 더 자주 노출되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영어로 쓰인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소재이면서 너무 어렵거나 너무 쉽지 않은 자기 수준에 딱 맞는 글을 말이다. 그 중에서도 영어 소설책을 추천하시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예전에 들은 질문 중에 "신문과 소설 중 뭘 봐야 할까?"가 있었습니다. 뭐 둘 다 보면 제일 좋겠죠. 하지만 둘 중 고르라면 저는 소설 쪽입니다. 소설은 글을 통해 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거든요. 그리고 신문과는 달리 영어 외적인 배경 지식이 별로 필요 없습니다. 영어에 친숙해지면서 영어의 input을 늘리는 데는 소설만큼 좋은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소설은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반면에 신문은 며칠 동안 이어지는 특집 기사가 아닌 바에야 단발성 글이 주를 이루겠죠. 흥미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소설이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책에 한번 빠지게 되면 그 다음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밥 먹기 싫을 정도가 될 수도 있지만, 영자 신문 기사 가지고 그랬다는 사람은 아직 못 봤거든요.

그러나 같은 소설이라도 19세기 혹은 20세기 초반에 나온 소설 종류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요즘 나온 대중 소설, 통속 소설 보세요. 애정 소설이 제일 좋습니다. 사람 심리를 재미있게 묘사해주거든요...(중략)

사실 소설은 우리땅에서 구할 수 있는 최고의 회화 선생님이거든요. 유학 가는 사람이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면 저는 다른 거 하지 말고 미국 대학생들의 생활을 그린 소설책만 보라고 말합니다. 학교 생활에 필요한 말이 그 소설 속 따옴표 안에 전부 나오거든요. 외국계 증권 회사에 근무하시는 분이 영어 회의가 너무 힘든데 방법 좀 알려달라고 하면 저는 서점에 가서 증권사를 무대로 하는 소설책 찾아서 읽으라고 합니다. 그 속에 필요한 말이 다 나옵니다.

 

그래서 나도 읽어 보았다! 처음 도전해본 영어 소설은 바로 Colleen Hoover의 <Regretting You>. 이 책을 읽고 이 작가에게 홀라당 빠져 버려서 이 작가가 쓴 다른 책들도 잔뜩 다운 받아 놓았다. (나는 가지고 있던 태블릿에 Amazon Kindle 앱을 받아 영어책을 읽고 있다. 다른 영어 전자책 앱을 써보지 않아 비교가 어렵기는 하지만, 그다지 기계와 친하지 않은 내가 잘 사용하는 걸로 봐서 쓰기 쉬운 편인 것 같고, 무엇보다도 구매 전에 샘플을 받아서 미리 읽어 볼 수 있는데 그 길이가 꽤나 혜자스럽다.)

 

Colleen Hoover의 <Regretting You>.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 존잼탱!

 

중고등학교 영어 교육을 무리 없이 마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용되는 단어 수준도 높지 않고, 일상 대화체이다 보니 글이 술술 읽힌다. 쉬운 난이도와 함께 이 책을 추천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바로 자극적인 내용! 아니, 우리말로도 읽을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스스로에게 영어책을 보게 하려면 적어도 내 앞의 다른 읽을거리들보다는 재미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그 지점에서 큰 만족감을 준다. 내용상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한 마디로 말하자면 엄마와 딸이 각각 남편 그리고 아빠를 잃은 후의 이야기이다. 어느 날 남편이 차 사고를 당했다고 연락을 받아 아내가 헐레벌떡 병원에 달려갔는데 알고 보니 그 차에 아내의 여동생이 같이 타고 있었고 결국 같이 사망했는데... 여기까지만 하겠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생각지도 못한 충격적인 반전이 펼쳐져서 주책 맞게 "엄머, 엄마야, 어맛, 어머나 미쳤나봐" 같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호다닥 읽어 나갔다. 너무 흥미진진해서 잠 못 이뤄가며 읽은 영어책은 이 책이 정말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영어책들... 다 눈 감아 부들부들...)

 

Colleen Hoover의 다른 책들도 읽어 보니 <Regretting You>가 유독 쉽게 쓰여진 책인 것 같다. 그러니 혹시라도 영어에 더 자주 노출되고 싶고 출퇴근 시간이나 자투리 시간에 읽을만한 가볍고 자극적인 영어책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 보시길 추천해드리고 싶다. 우리말로는 소설책을 잘 읽지 않는 편이고 게다가 이런 종류의 대중 소설은 더더욱 읽지 않는 사람이지만, 내게 지속가능성이란 곧 재미이기에(!) 앞으로도 읽기 쉽고 재미있는 영어책을 찾으면 또 소개하러 찾아오겠다. 그럼 오늘은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