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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교육

공부는 잘하는데 게으른 생활이 고민이라면

by 의지의 두부씨 2020. 9. 16.

가르치고 있는 학생 중에 똘똘한데 성실하기까지 한 아이가 있다. 숙제도 항상 꼼꼼히 잘해오고 영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어 숙제를 많이 내준 날에 좀 줄여줄까 물어보면 아니라고, 더 해오겠다고 하는 그런 친구이다. 처음 어머님과 상담을 했을 때에도 아이 때문에 속 썩을 일은 없으실 거라고, 하라는 건 잘하는 아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랬던 아이였는데... 코로나 때문에 등교하지 않아도 되는 날이 길어지면서 생활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유튜브와 핸드폰 게임에 빠져 고민이라는 고백(?)을 들었다.

 

 

게으름을 유발하는 4종 세트 우후훗!

 

그럼에도 아이는 여전히 숙제도 잘 해오고 있고 수업 때 보기에는 크게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핸드폰 게임 때문에 어머님과 갈등을 빚기도 했는데, 아이가 "내가 해야 할 숙제는 다 하는데 게임하는 게 뭐가 문제냐"라고 반박해서 어머님께서 할 말이 없어지기도 하셨다고 했다. 지난 1학기 시험 때도 시험 준비기간에 유튜브 보느라 시간을 허비했다고도 했지만 시험 결과는 좋았다. 이렇게 결과는 좋은 편인데, 주변에서도 성실하다고 평가 받는데, 막상 내 생활은 그렇지 않은 친구들과 다음 글을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이전에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는 게 자유라고 정의했었다. 그러나 현재 자유에 대한 나의 새 정의는 이렇다. 자유는 자신이 계획한 것을 실현하기 위해 절제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전 나는 정말 무절제했다. '절제가 자유를 준다'는 사실을 몰랐다. 당시에 나는 절제란 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고리타분한 습성 정도로 여겼다. 학교를 다니면서 얻은 착각이었다. 어쨌든 나는 열심히 절제하며 공부하는 사람들보다 성적이 좋았으니까.

이제 생각해 보니, 나는 무절제했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내가 어떻게 절제를 배웠고, 또 절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었는지 잠깐 얘기하겠다.

어느 날 나는 내 후견인과 함께 커피를 마시러 부엌에 들어갔다. 그는 커피주전자를 들어 그냥 바닥에 붓기 시작했다. 나는 바닥에 튀는 커피를 피하며 소리쳤다.

"잠깐, 잠깐, 잔도 없이 뭐하시는 겁니까!"

그래도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커피를 바닥에 부었다. 내가 어리둥절해서 바닥에 고인 커피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그제서야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떼었다.

"자, 섀퍼씨, 이 커피는 아무 쓸모 없이 바닥에 흘려진 당신의 재능입니다. 커피가 아무리 고급이어도 잔이 없으면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절제력이 없으면 당신 재능도 아무런 가치가 없습니다."

이때 그가 나의 무엇을 바꿔주었는지 당신도 잘 알 것이다. 바로 절제에 대한 나의 신념이다. 바닥의 커피를 닦아내며 나는 처음으로 내 재능을 끌어올려 줄 지렛대를 보았다. 절제는 힘이다. 그리고 절제는 우리 안에 담긴 무한한 능력을 밖으로 끌어낸다. 절제가 없으면 어떤 재능이든 쓸모 없이 허비되고 만다.

 

그렇다. 절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 위에 언급한 아이의 고민은 내가 학생 때도 가졌던 고민이었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누가 봐도 성적 좋은 모범생이었고 선생님이고 친구들이고 모두 내게 성실하다고 이야기했다. 나만 속으로 동의하지 못했다. '나 되게 게으른데... 미드 본다고 밤늦게까지 안 자고 늦게 일어나는데... 안 깨우면 오후까지 내내 잘 수 있는데... 집에선 컴퓨터 하면서 퍼질러 놀 생각만 하는데...' 생각하면서. 이 고민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아주 틈만 나면 이 생각을 했던 학창시절 빼앰...

 

보도 섀퍼의 글에서 특히 인상적인 글귀는 이 부분이었다. "나는 무절제했기 때문에 대학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지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게을러도 잘하네'가 아니라, 게을렀음에도 잘한 것이다. 그런 재능을 가지고 있다면, 지금보다 생활 습관이 좀 더 낫게 개선되었을 때에는 얼마나 더 잘할 수 있게 될까? 지금 정도에 만족한다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렇기에, (게으름으로 보일 수 있는, 심리적 문제로 인한 무기력이 아닌 한) 자신이 만약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지금부터라도 절제를 연습해나가길 바란다. 그렇다면 절제란 무엇일까? 절제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절제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자기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공부하는 데, 아니면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데 방해가 되는 문제가 있다면, 변화를 위한 아주 작은 행동을 정해서 그걸 매일 해보는 것이다.

 

평소에 핸드폰만 붙잡고 있느라 공부에 집중이 잘 안 된다면, 핸드폰을 좀 덜 볼 수 있는 방법을 하나 찾아서 한 번 시도해보는 것이다. 집중해야 될 때는 핸드폰을 다른 방에서 충전시킨다든지, 가족에게 맡겨본다든지, 사용 제한 앱을 사용해본다든지... 어떤 방법이든 좋다. 큰 고민하지 말고 어떤 방법이든 하나 정해서 실천해보면 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에 대한 객관성! 당연히 안 하던 짓(?)을 하려고 하면 잘 안 되기 마련이다. 잘 안 되도 크게 실망하거나 자괴감을 느끼면 안 된다. 마치 자신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 '음, 이 방법을 썼더니 이러한 점이 문제군. 이 문제를 보완할 수 있도록 이 방법을 약간 수정해볼까, 아니면 아예 다른 방법을 시도해볼까'하는 식으로 가볍게 가볍게 접근하는 것이 좋다.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담아줄 절제라는 잔을 조금씩 키워나가길. 어제보다 아주 조금이라도 나은 자신이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