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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마음

내 인생을 망치러 온 나의 구원자, 몹쓸 완벽주의

by 의지의 두부씨 2020. 6. 22.

완벽주의 도져서 며칠 폭주했다가 정신 차리고 챙겨 먹은 건강 간식

 

완벽주의자들은 알 것이다. 인생이 얼마나 긴장과 조바심으로 가득 차 있는지.

 

다시 영어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면서, 나름 노력한 끝에 어느 정도 잠재워졌다고 생각했던 완벽주의가 다시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했다. 일에 몰두하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되는 것은 나의 잠과 건강. 할 일이 많으니 잠을 줄이고 건강하게 차려 먹을 시간도 없으니 그냥 패스트푸드로 대충 때우자 하게 된다. 물론 이 짓(?)도 여러 번 반복하니 내가 또 이러고 있구나 하는 자각이 빨라져서 다행히도 이번에는 좀 더 빨리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매사 최선을 다해야 하고, 열심히 해야 하고, 매일의 수업에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생각(을 넘어선 강박)은 여전하다. 내가 아직 부족한 이유, 더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는 항상 넘쳐 난다. 남들보다 늦게 시작했으니까, 수업하면서 이 부분을 확실히 모르는 것 같다고 느꼈으니까, 아이의 반응이 오늘은 좀 미적지근했던 것 같으니까, 앞선 저 사람에 비하면 나는 한참 멀었으니까...

 

이런 생각들이 분명 지금껏 인생을 살면서 나를 더 채찍질하고 열심히 하게 만든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많은 걸 잃었다는 것도 안다. 잃고 나서야 소중하다는 걸 깨달은 나의 건강, 나의 행복... 정말이지 내게 완벽주의란 "내 인생을 망치러 온 구원자" 같다. 그런 내게 다시 되새겨주고픈 내용을, 이 글을 보게 될 완벽주의자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다.

 

완벽주의를 극복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과정 지향성을 들 수 있다. 즉 어떤 일을 평가할 때 결과보다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말한다.

내가 처음 치료를 시작했을 때, 나는 상담하는 환자마다 그리고 상담하는 시간마다 반드시 뛰어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느꼈다. 내가 그렇게 해주기를 환자와 동료들이 기대한다고 생각해서 하루 종일 뼈가 빠지게 일했다.

상담을 받고 도움이 되었다고 환자가 말해주기라도 하면 이제 성공했다고 나 자신에게 속삭였고, 정상에 오른 듯한 기분을 느꼈다. 반대로 환자가 나를 바람맞히거나 상담 시간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나는 비참하다고 느꼈고 자신에게 실패했다고 말했다.

이런 롤러코스터 효과에 지친 나는 결국 동료인 벡 박사와 함께 문제를 살펴보았다. 큰 도움이 되었던 벡 박사의 조언을 여기에 소개한다.

벡 박사는 내가 매일 시청으로 차를 몰고 간다고 상상해보라고 제안했다. 어느 날에는 신호를 아주 잘 받아 일찍 도착할 수 있었고, 또 어느 날에는 신호에 자주 걸리는 데다 길까지 막혀 늦게 도착했다. 내 운전 실력은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나는 왜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만족하지 못할까?

벡 박사는 매번 탁월한 성과를 내려고 애쓰지 않으면 사물을 새롭게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말로 그러기를 포기하자, 환자의 반응에 개의치 않고 성실하고 꾸준히 진료를 할 수 있었다.

 

매번 탁월한 성과를 내려는 생각을 "포기"하는 것. 아무리 완벽히 준비한다 해도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 모든 일에 내 에너지의 100프로를 쏟아 붓지 않고, 딱 70프로 정도만 쏟아 보는 것. 아직도 갈 길이 멀다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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